천안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던 4년간, 거의 모든 주말은 외국어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온전히 나 혼자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천안터미널 파스쿠찌 혹은 홀리스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일본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다.
기존부터 해왔던 일본어는 JPT 점수만 올렸고, 스페인어도 독학으로 DELE A1 까지는 취득가능했다.
천안에서 스페인어를 좀 더 심도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퇴근 후에 페루 원어민 선생님과 약 3주 정도
1대1 코칭수업도 들었지만 저녁시간에는 항상 피로가 켜켜이 쌓여서인지 능률이 떨어졌다.
그렇게 열중할 것을 찾던 중, 우연히 만난 언어가 인도네시아어 였다.
알파벳을 쓰는 언어기에 진입장벽이 낮았고, 복수형 수식도 너무나 간단했다.
스페인어를 독학할 때, 복수형, 동사변형 등등으로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인도네시아어의 기적적인 복수형 체계를 보고,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예를 들어, BUKU (책)이라는 단어는 BUKU-BUKU 로 '책들'이라는 의미의 복수형이 된다.
ex) orang 사람 orang-orang 사람들
즉, 동일한 단어를 두 번 반복하면 복수형이 되는 것이다. So simple!!
또한, 영어처럼 3인칭 단수 따위도 없다. 모든 주어가 같은 동사를 쓴다.
시제에 따른 동사변형 따위도 있을 리가 없다.
예를 들어, 동사에 과거형 단어 Kemarin(어제)를 붙이면 현재형 동사로도 어제에 행한 과거 동사 표현이 된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한 이는 말레이시아어도 어렵지 않게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바로 인도네시아어 첫걸음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는 운이 좋게도 경기도 지식캠퍼스 라는 무료 교육사이트에서 인도네시아어 특강 수업(THE바른인도네시아어)이
게시되어 있었는데 나는 2020년 여름부터 퇴근 후, 카페에 들려 아래와 같이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다.
동영상 강의를 진행한 선생님은 국내의 몇 안되는 인도네시아어 전문가인데, 해당 수업을 듣게되어서 운이 좋았다.
지금은 경기도 지식캠퍼스 사이트에서 인도네시아어 정규강좌가 삭제된 상태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교육방송 EBS 가 있다. 유튜브에서 매우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하므로 꾸준히 듣는다면 큰 도움이 된다.
EBS 인도네시아어 강의는 수십개의 강의가 함께 게시되어 있으므로 중급,고급까지 목표를 설정하여 공부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Lt_lS9HZv4
그렇게 열정적으로 공부를 하던 중, 한국외대 FLEX센터에서 주관하는 특수외국어능력평가 공고를 접하게 되었고
중단기 목표를 설정하여 달성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부랴부랴 시험에 등록(시험등록비 55,000원)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포인트가 있다.
해당 시험의 등급/점수 기준이다.
중급을 B2~B1, 초급을 A2~A1이라고 보면 되며 실제 성적표에서 중급과 초급의 기준이 그렇게 분류된다.
자세히 보면 중급이라고 할 수 있는 B1의 점수범위가 310~800점이다.
800점을 취득한 이에게는 이게 말이되나 싶겠지만 310점을 받은이와 같은 급수라는 현실...
즉, 최소한의 공부로도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시험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나도 B1(중급)의 성적을 받게 되었고, 21년 5월 인도네시아어 자격증 취득이후,
이력서에 줄기차게 인도네시아어 자격증 이력을 기재해왔다.
사실, 이력서 기재용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어는 특수언어로서 그 희소성의 가치가 크다.
세계 4위의 인구대국임과 동시에, 국민 평균연령대가 그 어느 나라보다 낮다.
즉, 젊은 국가임과 동시에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면접에서 인도네시아 자격증 보유와 관련한 질문이 들어오면
면접장의 흐름을 다른 지원자들로부터 일순간 빼앗아 올 수 있었다.
최근, 역행자 라는 자기계발서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책의 내용중 내가 적극 동의하는 구절을 몇 줄 읊어보자면
"하나의 일 대신, 3~4개의 얕은 기술들을 습득해야 한다"
"B정도의 실력은 누구나 노력하면 갖출 수 있다. 그러나 B정도의 무기를 몇 가지 갖추면 대체불가한 존재가 된다"
라는 대목이 있었다.
나는 인도네시아어가 그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한편, 시험 당일 특수외국어능력평가 시험장에 들어가니 스무명 남짓의 학생들이 교실안에 있었고
서로가 서로를 아는 눈치였다.
즉, 그들은 전부 외국어대 마인어과 학생들이거나 전공자였던 것인데..
그 자리에서 전공생인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언어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 내게는 가치있었다.
비록, 점수평균을 깎아먹었을 지라도 말이다.
여하튼 2021년 5월 8일 어버이날, 나는 그렇게 한국외대에서 인도네시아어 시험을 치고,
바로 옆 모교 경희대로 이동하여 30분 정도 청운관 앞에 앉아 감상에 젖었다.
이곳에서 교직원 생활을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면서..
정확히 1년 후, 경희대에 입사하여 다시 또 고군분투 하고 있을 미래를 꿈에도 모른 채..
역시 한치앞도 모르는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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