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컨설팅을 해드리는 분들은 물론이고, 내 주변 지인들도
나의 경희대 정규직 교직원 퇴사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퇴사이유를 여기저기 말하지 않았음이 첫번째 이유겠으나
지인들은 내가 모교 교직원을 오랜 기간 꿈꿔왔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고
컨설팅해드리는 분들은 경희대학교가 가진 네임-벨류와 23년 채용 공고의 연봉 명시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 이쯤에서 시원하게 그 이유들을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 스스로도 여기에 퇴사 이유를 정리하며 과거의 일인만큼 이제 기억에서 증발시키고자 한다.
교직원으로서의 기억은 안타까움이 많고 내게는 아직까지도 생채기로 남아있지만
학생으로서 내 모교는 내게 많은 추억과 소속감, 그리고 귀중한 인연들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2022년 3월 경희대학교 정규직 교직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경희대는 현재의 2023년 8급 채용과 달리 9급(학력제한 없음)으로 신규 정규직 교직원을 채용했다.
2018년 대규모 8급 공채 채용 이후에는 신규직원을 채용하지 않았고
2021년, 2022년 입사자들이 기존에 없던 9급을 달고 입사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갑을병 계급으로 운영되던 조직안에 정 계급이 맨 밑을 지탱하는 쭉정이마냥
볼품없게 생겨나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인간 본성 상 을과 병은 그 제도에 만족하거나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들이 더러 있다.
성선설을 믿는 나는 그것을 내 모교에서 졸업 후에 배웠다.
덧붙여서 여자는 4년, 남자는 2년(군대경력 포함되므로)을 9급을 달고 박봉으로 근무해야만
기존 입사 선배들(8급 입사)의 입사 당시와 동일한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022년 입사동기들은 2023년 1월, 내부 평가를 통한 처우 개선을 통해 8급이 되었다.
이 결과는 2021년 입사 선배들의 잇단 퇴사와 2022년 나를 포함한 동기들의 퇴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인 지식 수준을 가진 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몸을 던져 퇴사하지 않았다면 학교측에서 개선에 대해 논의했을까?
(여기서 '우리'란 남아 있는 이들이 아닌 먼저 목소리를 내고, 퇴사했던 이들을 말한다.)
절대 아니라고 본다.
신규직원 노조 구역장을 하며 처우개선을 주장하고, 처우개선을 위해 인사팀 상담을 요청하고,
교내 최고위급 직급자와의 대화에서도 강하게 목소리를 냈던 내가 볼 때는 그렇다.
그럼 리스크를 감당하고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내던 나는 왜 못 버티고 퇴사를 하게 되었을까?
아래에 그 이유가 있다.
1. 낮춰 보는 시선과 그에 입각한 말들
먼저, 입사 직후 몇개월간 교내 구성원들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입사 당시 경쟁률이 너무 낮은게 문제였다고 합니다"
"동기들 중에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사람들 있죠? 9급 채용 아니었으면 아마 입사못했을 거에요"
이 말들은 표창처럼 내 몸 곳곳에 깊게 박혔다.
그러나 그분들은 전혀 팩트체크를 하지 못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내 입사 당시 기준, 이전의 8급 입사자들보다 서류지원자 배수 경쟁률이 더 높았다.
다만, 9급 채용의 박살난 처우를 알고 면접이나 필기시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 비율이 더 높을 수는 있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스스로들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면 된다.
9급 입사자들이니까 경쟁률이 낮은 것이고, 계약직 근무자들이 많으니 9급이 아니면 못 들어왔을 사람들인 것으로의 합의.
저런 말들을 여기저기서, 게다가 내 기준으로 교내에서 업무능력이 우수한 분들에게만 들으니
이 9급 제도는 제도 자체가 문제일뿐만 아니라
교내 구성원들의 의식구조 안에 깊게 박혀있을 차별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 본능적으로 느꼈다.
한편, 경희대에는 과거 OO전담직에서 정규직으로 처우변경된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을 두고 많은직원들이 습관적으로 말끝마다 "아 OO전담직이었던 분?" 하는 것을 봐왔다.
어줍짢은 특권의식과 선 긋기가 만연해보였기에 이 의식구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들지 않았다.
그리고 정년 61세까지 이런 의식 속에서 자존감을 깎아내며 일할 자신이 없었고,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2. 무임승차자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컸다. 1번 이유보다도 더 컸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2번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특히나 사기업에서도 가까운 입사년차 직원들과 워낙 각별하고 막역하게 지냈기에 더욱 실망스러웠다.
사실, 아무리 힘들어도 같은 입장에 처한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
교내 구성원들에게 처우 개선 필요성을 알리고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서라도 힘이라도 줬다면
오히려 든든한 마음으로 지냈을 것 같다.
그러나 10명이 넘는 9급입사자 중, 그나마 리스크 있는 자리에서 목소리를 냈던 이는
한쪽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셀 수 있을 정도다.
양심이 존재한다면 본인이 더 잘 알 것.
노조 구역장 회의에서 처우개선 의견을 내가 개진할 터이니, 의견들을 달라! 라는
요청에도 의견을 주는 둥 마는 둥
고위 직급자와의 대화에서 내가 처우개선 주장을 할 터이니 서로의 의견들을 모으자!는 요청에도
"우리는 현재 처우 개선을 요청할 수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고, 참 답답했다.
그건 분명히 편한 부서에서 즐겁게 학교생활하는 몇몇에게만 가능한 소리였다.
뿐만 아니라, 9급의 처우 개선과 관련하여 공적인 자리는 물론 단체 카톡에서도 평소 일절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가
나와 선배가 주도적으로 만든 인사팀 식사자리에서 본인의 이익과 관련한 호봉인정만 묻는 친구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도 참 많은 실망을 했다.
정작 목소리를 내며 고위직급자들 앞에서 리스크를 쓰고 개선을 요청하던 이들은 퇴사를 했고,
수혜는 대부분의 무임승차자들이 보았다.
그럼에도 당시 내게 힘이 되어줬던 아주 극!!소수 는 아직 학교에 남아있으니 그의 무운을 빌 뿐이다.
최근에 김민재가 뛰고 있는 나폴리의 축구경기를 보며 무임승차가 떠올랐고 그에 대한 포스팅도 했는데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https://zrr.kr/Ai5c
경기 전에 이미 경기를 이기고 시작하는 세리에A 1위팀 나폴리 (이런 직장에 무임승차자는 없다)
최근, 여러 축구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짤이 있다. 바로 김민재가 소속되어 있는 세리에A 1위팀 나폴리의 수비전환 장면인데 역습을 당하자 팀의 모든 선수가 부리나케 수비라인으로 복
journeyman.tistory.com
3. 도통 이해가 안되는 인사배치
이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들의 의식속에서는 8급 입사 직원들과는 달리 역량적으로도 채용전형적으로도 덜 검증된
9급 입사 직원들을 왜 기존 직원들도 기피하는 특정 부서들 (대학본관 부서) 에 배치시켰는가?
이 부분이 특히, 급수제도의 형평성이 크게 붕괴되는 지점이다.
8급과 9급 입사자간의 처우 차이가 있으니 8급 업무와 9급 업무가 다르다면 모든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급수간 업무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격무 부서들에 배치를 했다?
지금 당장 인원이 비어있는 격무 부서들에 입사직후 특화된 로열티가 남아있는 신입직원들을 배치한다?
충분히 이해된다.
근데 그럴거라면 애초에 9급으로 입사시키지를 말았어야지.
그 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다.
결정적으로 교내 계약직 구성원분들의 처우 개선이 굉장히 단시간내에 이뤄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완전히 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박살난 처우로 인한 퇴사는 내게도 기회였다.
어느 면접에 가더라도 모교 퇴사이유를 묻는 내 답변에는 면접관들이 다들 수긍을 하고 토를 달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공감하는 경우도 많았다.
혹자는 말하겠지. "처우 다 알고 들어간 거 아니냐?"
"응, 알고 들어갔지. 그 즈음 운이 안 좋게도 경희대 노조 홈페이지에서 처우개선과 관련된 확신의 글을
읽고 들어갔지, 우연찮게 접근이 가능했더라고 그 때만...
그리고 최종합격한 다른 대학이 경력인정을 해준다는데도 내 모교기에 9급 신규입사자로 들어가서
계약직 월급을 받고 N년을 다녀야했지. 또 9급제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스탠스가 그렇게 강건너 불구경일지 몰랐지"
결과적으로 모교에서 참 많이 배웠다.
수습기간을 넘겨 정규발령을 받고 거의 곧바로 퇴사를 했는데 이 부분도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사랑해 경희대
내 모교, 이것만은 진심이란다.
그리고 2023년 9월 어느날, 교정에서 이런 현수막을 봤다.
내가 직원이었을 당시, 직원 초봉 기준 전국 대학 70위도 안되었을거다. 4년제기준으로도 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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